마더 (2009) / 봉준호 감독

| 엄마가 아들에게 쓰워주는 멍에
 
도준은 흔히 말하는 바보, 혹은 반푼이다. 하지만 그런 도준도 엄마에게는 늘 소중한 보석같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도준에게 누가 바보라고 부르거든 상대방에게 꼭 복수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것은 도준의 자존심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엄마 자신의 자존심을 위한 말이다. 제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 '반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늘 강조한다. '맑은 사슴같은 눈을 가진 아이'라고... 세상에서 좋다는 음식, 약, 침은 다 해준다. 너는 내 자식이니까... 하지만 엄마의 그 행동은 자식의 입장에서는 벗어나고픈 굴레가 되기도 한다. 매일 먹는 약은 남기기 일쑤, 맛있는 반찬을 줘도 시큰둥. 하지만 '나도 이제 다 할 수 있거든요?' 라는 주장도 어미에겐 귀여운 투정일 뿐이다. 그래서 엄마는 더욱 아들에게 집착한다. 한순간도 아들에게서 신경을 떼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도 손님을 맞으면서도, 하물며 당신의 화제는 온통 아들 '도준'에 대한 것 뿐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도준은 '바보'가 된다. 자립하지 못하고 늘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존재. 그래서 세상은 그런 도준을 '바보'라고 놀리고, 늘 얌전하던 도준도 '바보'라는 말에는 끝내 폭발하고 만다.

| 아들이 엄마에게 얹어주는 짐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었다. 부잣집 마나님은 아니어도 나이 들면 자식새끼의 재롱을 보며, 보살핌을 받으며 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친구랍시고 동네 양아치 녀석의 꼬봉노릇이나 하며 매일 바보라고 놀림받는 아들때문에 엄마는 오늘도 입이 마른다. 얼굴에는 핏기하나 없다. 그래서 아들 도준은 때로는 엄마에겐 두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다. 모자란 아들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도 짐이고, 그 아들의 운명이 고스란히 당신의 몫이 된다는 것도 짐이다. 그래서 한때 엄마는 아들과 같이 죽어버리려고도 했다. 하지만 운명은 가혹하게도 이 고난의 길을 벗어나도록 허락하지도 않았다. 이제 남겨진 것은 아들의 세상살이를 위해 함께 헤쳐나가야할 고난의 삶. 이골이 날 정도로 지내온 그 삶을 엄마는 오늘도 이어간다.

| 내 자식만이 '善'이다

엄마는 처음부터 도준의 범죄사실을 믿지 않는다. 착하디 착하고 순하디 순한 나의 어린 양이 그런 사고를 저지를 리가 없다. 누명을 쓴 것은 모두 나쁜 친구를 곁에 두었기 때문이고,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은 내 자식이 아닌 '누군가'일거라고 광분한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엄마의 모든 능력이 총동원된다. 돈, 인맥, 야매 침술 등 지금껏 살아온 모든 그녀의 삶이 온통 아들에게로 집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마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친구의 집에 침입하거나, 립스틱 묻은 골프채를 피묻은 증거품이랍시고 들고 나오거나, 생판 처음보는 고등학생들을 폭행할 것을 사주하거나, 심지어는 잔인한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남들이 봐서는 이해하지 못할 수준으로 점점 폭주해 갈 뿐이다. 이 모든 것은 '내 자식만이 善'일 것이라는 맹목적인 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 내 자식은 무조건 옳을 것이므로 다른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깊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아들을 자기자신과 동일시하는 대다수의 어머니들에 대한 은유이다.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이기에, 내 자식은 나의 분신이기에, 자식이 잘못되는 것은 결코 볼 수가 없기에 내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그들의 무모한 사랑에 대한 경고이다. 아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행동이 자칫 다른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도준의 의도하지 않은 살인은 어머니의 말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보'라는 말에는 가차없이 응징할 것을 가르친 엄마. 아들의 '말'이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살인의 피해자인 고교생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녀가장이며, '쌀떡'이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생계를 위해서 원조교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인간이었다. 도준이 생각없이 내뱉은 '남자가 싫으냐?'는 물음이 그녀에게는 걷잡을 수 없는 울분으로 터져나왔고 그로 인해 그녀 내뱉은 '바보새끼'라는 외침이 도준의 '응징'회로를 엉뚱하게 자극해 버린 것이다.

| 자식은 엄마앞에서는 늘 바보다.

영화에서 원빈은 '바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의 '바보'는 사전적 의미의 '바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인물설정은 차라리 '자식은 부모앞에서는 늘 바보가 된다'는 것을 은유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엄마의 개입이 많아질수록, 엄마의 보호가 많아질수록 그 앞에 자식은 점점 제 역할을 잃어가는 것이다. 도준은 감옥에 갖혀있고 그를 구명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엄마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간헐적인 그의 기억만이 엄마에게 채택될 뿐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원빈의 분량이 줄어들고 김혜자의 분량이 전체를 압도하는 것도 이런 내용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표면적으로 엄마는 아들이 바보인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설정되면서도, 그런 엄마조차도 아들을 온전하게 신뢰하지는 않는 것으로 표현된다. 아들의 하는 행동 모든 것이 못미덥기에 행동 하나 기억 하나까지 조정하려고 하는 엄마로 설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알고 있다. 다섯살 때 엄마가 자신에게 농약을 먹이고 동반자살하려 했던 일. 그래서 아들은 엄마에게도 어느정도의 적개심을 품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죽음까지도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했던 엄마에 대한 분노이다. 하지만 이런 자식의 현재 삶은 당신으로 인한 결과이다. 당신이 자식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므로 아들은 바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 그래도 엄마는 자식을 사랑한다.

영화의 마지막.. 다른 바보가 엉뚱하게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도준은 석방된다. 굳이 누명쓴 진범을 만나야겠다고 고집한 엄마. 갇힌 진범의 얼굴을 보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미 그녀는 진실을 알고 있기에, 자기 아들의 안위를 위해 남의 집 자식에 누명을 씌울 수 밖에 없는 죄를 그녀는 가슴 깊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불에 타버린 고물상에서 엄마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이걸 흘리고 다니면 어떡해?'라고 되묻는 도준의 행동은 엄마를 또 다시 놀라게 할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허벅지에 침을 놓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뭐가 꽉막힌 것처럼 쌓여있을 때 싹 쓸어내려주는 침자리'를 찾아 스스로 자기몸에 침을 놓는다. 다른 집 자식을 옥에 가두었고, 자기 자식에 대한 두려움도 깨달았지만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포기할 수 없기에 모든 걸 있고 다시 아들만을 사랑하리라 다짐하는 것이다. 영화의 이 마지막 장면은.. 무섭고도 슬프다. 세상 모든 엄마의 당연한 운명, 그운명속에 도사린 잔인한 속성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인데.. 가정이 무서워지는건 왜일까..?

| 남겨진 이야기

1. 왜 영화제목이 '엄마'가 아니라 '마더'일까..?
   '엄마'를 낯설게 만들기 위해서 라고 생각함.

2. 반전이 눈치챌 수 있는 수준이었다 ?!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심리를 집요하게 쫒아가는 심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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